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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곽희문 강동희 선교사 소식
2015-03-31
yskim
2015년 3월 31일 화요일 날씨. 흐릇한데 더움
256

후회와 회개의 차이가 무엇일까.

이렇게 글을 시작하니 이 어마어마한 주제에 마치 제가 답이라도 줄 것 같아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의도도 없고 옳은 대답을 줄 능력은 더 더욱 없으며, 무엇보다 이런 주제에 저의 견해를 넣을 만큼 삶이 되지 않기에 그럴 일은 언감생심입니다.

그런데 오늘 엘토토 교실 한켠에서 보이는 누군가의 모습이 이런 주제 넘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머리로는 대강 정리가 되는데 삶으로는 튀어나오지
않는 정의 중 하나가 이 후회와 회개가 아닐지 싶습니다.

"당신은 후회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개사를 해도 될 만큼,
입술에 진드기처럼 붙어서 매순간 마다 해대는 것이 이 후회라는 놈입니다.

"저기서 좌회전 할 걸"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어."
"새벽에 눈 떴을때 그냥 일어났어야 했는데."
"먼저 미안하다고 할 걸 그랬나"
"빨간색 넥타이를 했으면 더 나았을텐데"

이렇게 소소하게 투덜거리는 후회도 있지만 사이즈가 꽤 되는 후회도 있습니다.

"이 회사에 투자하는게 아니었는데"
"세단보다는 벤을 뽑았어야 했나."
"그날 술 기운에 예뻐 보이지만 않았으면 이런 마누나랑 안살아도 되는거였어"
"너무 무리하게 빚을 내어서 교회를 지었나"
모든 후회꺼리들이 회개로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차하는 순간 좌회전을 놓친 경우에 어떻게 회개를 해야할지는 난감하니까요.
다만 그 사이즈와 상관없이 하나님을 잊고 그의 은혜를 놓치고 한 일들에 대한 후회는 반드시 회개로 가야합니다.

"새벽에 눈을 떴을때 그냥 일어나지 않아서" 주님과 약속한 긴밀한 교제의
시간을 놓친 것은 참 소소해 보입니다. 후회 한번 깔끔하게 하고
"내일 부터 안그러면 되지 뭐. 화이팅!!" 이러면 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대단한 고객을 만나는 약속이라면 일어났다가 다시 자는 일은 없었겠지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라고 유령 취급한 것은 몸에 재를 뿌려야 하는 일입니다.
하나님을 유령 취급하고도 살아남기를 바란다니요.

사이즈가 큰 일이라고 반드시 회개가 뒤따라야하는 건 또 아닐겁니다.
벤이 아니라 세단을 뽑아서 드는 후회를 어떻게 회개로 옯길 수 있겠습니까.

다만 그 근본은 짚고 넘어가야할 지도 모르지요.
세단을 뽑은 이유. 그런데 벤을 뽑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이유.
그 이유들의 근간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주춧돌로 자리를 잡고 있냐, 아니면 누군가에 대한 의식. 나의 과시. 차는 나의 자존심
이런 것들이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앉아서 "이 차를 사면 사람들이 너를 쳐다볼꺼야"(창3;5) 라는 속삭임에 귀기울인 나의 영광이 시발점이었는지.

"먼저 미안하다고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복음안에서도 여전히 그 모양인
나의 성깔 문제라면 또 엎드려야 할 겁니다.
그날 느닷 예뻐 보인 이후로 그녀를 아내로 삼게 되었는데, 수년이 지난 지금은 그 잔소리를 들을 때면 후회가 막급이라고 해서 그것을 회개할 케이스로
보는 사람은 없지요.
복음 안에서 더욱 사랑해야 할 문제일겁니다.

회개는 마치 세례와 같아서 죽고 다시 사는 문제이기에 나의 옛 성품과 옛 가치관으로 발생한 모든 일들의 싹은 선한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라는 놈인 것을 인정하고, 선하신 하나님의 가치와 그 분의 성품으로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그래서 회개가 된 일은 반복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죽은 시체를 만지지 말라는 말씀과 같다고 할까요 (민수기 6장)
같은 성질을 끝까지 부리며 용서했다가 다시 미워하고 또 용서하고 미워하고
죽을 때까지 그러고 앉아있다면 하나님 입장에서는 "얘는 회개한 적이 없다"로 간주될지도 모르지요.

회개와 달리 후회스러운 일들은 상황에 따라 안후회럽게 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저기에서 좌회전을 안하길 잘했어"
"그래도 역시 내 마누라가 최고야"
"이럴때 보면 역시 세단차 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5학년 교실 뒷 편에 앉아 있는 한 아이를 보며 회개를 생각했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회개한 것 같은 어느 청년을 보며 제게도 허락되었던 수많은
회개의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했었는지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2010년 은가라에서 길거리 아이들을 만나던 초창기 모습입니다.
오른쪽 구석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아이가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진
뿌리. 그리고 사진에는 안담겼는데 저 벽을 따라 어디엔가 봉달이도 있고
쫑이도 서 있었습니다.



그 뒤로 엘지아가 되어서 주님께 찬양을 올리는 모습입니다.(2012년)
(왼쪽부터 봉달이,케빈.쫑이,써미.뿌리,열이,용이, 철수)
제가 교육을 잘못시켰는지 대부분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 뒤로 새로 합류한 막내와 케빈, 열이만 남은 채.

사라진지 2년이 다 되어가던 몇 개월 전. 쫑이가 나타났습니다.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쫑이 얘기를 이렇게 쓰는 이유를 짐작하시는
분도 계실겁니다.)
"파파. 다시 받아주시면 안돼요?"
"이번이 몇 번째니?"
"네번인가 다섯번인가 그래요"



2012년에 주변 프라이머리 학교 5학년에 들어가는 것이 창피해서 울고 불고 했던 쫑이였습니다.3년이 지난 지금은 엘토토 학교 5학년 반에 들어가서 함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더 창피할텐데, 창피라는 성깔이 죽었나봅니다.
본드가 다시 하고 싶어서 튀어나갈만도 한데 몇개월 동안 너무나 착한 모습입니다. 그 부분도 시체가 되었는지.
욱하는 성깔에 언제나 사람들 사이에서 미움만 샀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누구라도 먼저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4-5번에 걸친 후회.
그리고 회개.

이 아이가 후회가 아닌 진정한 회개를 한 것이면 좋겠습니다.
쫑이의 이 모습에 비추어서 대강 후회하며 회개라고 우기고 있는 건 아닌지
제 자신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회개를 했다면 죽어야하는데, 아직 말짱말짱한 성깔들과, 세상과 다름없는
가치 판단의 근거들이 저의 삶 여기 저기에서 여전히 삐죽쭉거리고 있네요.

이 글을 쓰는 지금 제 사무실 옆으로 쫑이가 지나갑니다.
"Class 5(5학년)!!!!" 이름 대신 속해 있는 학년으로 불렀습니다.
이 녀석. 창피할 만한데 씩 웃고 지나가네요.
짜식. 좀 더 창피하도록 교복을 맞춰줄까 생각 중입니다.

오늘은 괜히 엘토토 교문을 계속 쳐다보게 되네요.
다른 녀석들도 혹시 올까해서 흘낏 흘낏 쳐다보는데 오늘은 아닌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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