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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9 Hit : 222
김용선
10년 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부친이 돌아가시고 워낙 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하여 아예 공부를 하지 않았다.
아니, 공부하기가 싫었다는 게 맞다.
하지만 졸업하고 나니 오히려 공부에 대한 욕심이 더 커져서 사법고시를 보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중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으니 공부야 또 하면 되겠지 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당시에는 대학졸업을 못한 사람에게 예비고시라는 단계를 두어 본고시 응시자격을 주던 때여서 나는 예비고시에 관련된 10여개 과목의 수험서를 사다가 쌓아놓고 파고들어 공부했다.
평균 하루에 14시간씩 만 1년을 공부했다.
진작 이렇게 공부했으면 대학은 돈 안들이고 들어갔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나라는 모든 법관을 꿈꾸는 고시생들에게 선심을 쓰느라고 예비고시 제도를 없애고 누구나 본고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개방하였다.
징검다리를 하나씩 건너려 했던 내게는 단번에 강을 건널 자격을 주어졌으나 고맙기는커녕 멀고도 높게 보이는 본고시라는 목표를 볼 때 아찔하고 현기증이 나는 느낌이었다.
결국 몇 달을 더 공부하다가 그만 포기를 하고 군대로 갔고 제대 후 40년여 세월을 월급쟁이 회사원으로 살았다.
법관을 뽑는 국가의 제도가 또 바뀌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꿈을 접어야 할 것이다.
물론 노력하고 실력이 출중한 사람에게는 절대 제도가 문제 될 리는 없다.
하지만 노력보다도
기회,
돈,
줄만이 중요한 환경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탓할 것이 못된다.

유능한 사냥꾼은 길목을 알고 앞서가서 지키고 있다가 잡는다.
미련한 사냥꾼은 꽁무니를 따라가면서 잡으려고 한다.

나는 늘 10년 뒤에 올 상황을 예상하면서 살았다.
지금 나는 이미 10년 전쯤에 준비한 날을 살고 있다.
나는 또 70중반의 날을 예비하고 있다.
그것이 천국입성이 될 수도 있는 것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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